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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일자리 만들어주면 그것이 바로 창조경제죠

입력 : 
2013-04-21 19:13:35
수정 : 
2013-04-21 19: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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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 한빛예술단 이사장
시각장애인 자립 지원위해 장애인 전용 공연장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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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북구 수유1동에 위치한 한빛맹학교. 인조잔디가 깔린 아담한 운동장 뒤편에 'We Can See'(우리는 볼 수 있다)가 적힌 목재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앞을 전혀 보지못하는 시각장애인으로 학교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김양수 한빛예술단 이사장(48)은 "시각장애인들은 눈이 아니라 손이나 귀로 볼 수 있어요. 창조경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면 그게 창조경제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지난 1983년 한빛맹학교와 학생으로 인연을 맺은 김 이사장은 교사에 이어 2003년 교장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이 주축인 관악합주단 '한빛브라스앙상블'을 창설했다.

악보는 물론 지휘자의 지휘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이 어떻게 음악을 하느냐며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는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안마밖에 없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 못지않게 음악 부문에서 직업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장애인이라는 선입견을 뛰어넘는 실력에 감동적인 공연이 입소문을 타면서 연주 요청이 쇄도한 것이다. 그리고 2006년부터 한빛예술단으로 규모를 키워 지금은 '쳄버오케스트라' '타악앙상블' '체리티합창단' '그룹사운드 블루오션' 등 전문 직업 연주단으로서 면모를 갖췄다.

"미국 워싱턴, 중국 베이징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1년에 150번 정도 공연하는데 일반 예술단을 통틀어도 손에 꼽힐 정도예요. 스태프까지 합쳐 100여 명에 달하는 시각장애인 및 직원들에게 정기 월급을 주는 장애인 연주단은 저희밖에 없습니다."

한빛예술단은 지난 18일 열린 '장애인의날 기념식'에도 당당하게 연주단으로 참석했다.

예술단의 눈부신 성공에 힘입어 김 이사장은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이동이 불편한 단원들을 위해 안정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한빛예술단 전용 아트센터(공연장)를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 시각장애인의 특화 직업인 안마를 접목해 세계적인 '힐링센터'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시각장애인은 시각 이외의 다른 감각들이 정상인들보다 뛰어나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도 많아요. 장애인 채용제도가 있지만 시각장애인이 취직하기 어려운 현실적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했죠."

김 이사장은 시각장애인과 관련한 '최초' 타이틀을 대부분 갖고 있을 만큼 성공한 장애인 중 한 명이다. 시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단국대 특수교육학과, 서울대 대학원에도 최초로 입학하는 영광을 안았다.

김 이사장은 "망막색소변성이라는 희귀 질환으로 17세에 완전히 실명했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라며 "일반 예술단체들도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동안의 성과가 사장되지 않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고 당부했다.

[안병준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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